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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취약계층 정부 지원 혜택(2025년 기준)

주거 취약 계층(2025년 기준)-쪽방촌 철거 후 주민 인터뷰 사례

by news7809 2025. 6. 12.

쪽방촌 철거 후 주민 인터뷰 사례

쪽방촌, 단지 공간이 아닌 ‘사람의 흔적’ 

‘쪽방’이라는 말은 작지만 무겁다.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 최소한의 생존만이 가능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을 상징한다. 서울 종로구 돈의동, 영등포, 대구 남산동, 부산 범일동 등 전국 곳곳에는 오랜 세월 동안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이 밀집된 쪽방촌이 존재해 왔다. 쪽방은 평균 2~4㎡의 좁은 공간에 창문도, 환기도, 프라이버시도 없이 거주자가 눕거나 앉기조차 불편한 구조를 가진다.

2025년 현재, 정부와 지자체는 주거 취약 계층 정책중 쪽방촌 정비사업을 본격화하며 ‘사람 중심의 주거복지’를 강조하고 있다. 단순히 건물을 철거하고 새 아파트를 짓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이주 대상자들의 생활 재정착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복지 공백 없이 그들의 삶을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가 핵심이다.

하지만 그 변화의 과정에서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실제 이주 과정을 겪은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제도 너머 ‘삶의 진짜 무게’를 엿볼 수 있다. 이 글은 쪽방촌 철거 이후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한 두 명의 주민 사례를 중심으로, 이 사업의 의미와 현실, 그리고 과제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쪽방촌 철거의 배경과 의미

쪽방촌은 그 자체로 주거 취약 계층의 상징이다. 법적으로는 주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주거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비적정 공간이며, 위생·안전·인권 등 모든 측면에서 위험 요소가 많다. 특히 화재 발생률은 일반주택 대비 8배 이상이며, 응급 상황 시 대피 통로도 협소해 피해가 심각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주거 취약 계층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공공성과 인권을 지키기 위해 2020년대 중반부터 쪽방 정비사업과 순환형 임대주택 공급 모델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특히, 철거 후 민간 개발이 아닌 이주민 우선 배정형 공공임대 공급이 이루어지도록 LH와 SH공사 등이 협력하고 있다.

인터뷰 사례

① – “10년을 견디어낸 62세 이○○ 씨의 새 삶”

이○○ 씨(62세)는 서울 돈의동 쪽방촌에서 10년 넘게 살아온 주민이다. 하루 수입은 폐지 수거로 5,000원 남짓. 여름이면 방 안은 40도가 넘고, 겨울에는 전기장판 하나로 버텨야 했다. 이 씨는 한 번도 병원에 가본 적이 없었다. “죽어도 그냥 방 안에서 죽는 거지”라는 말은 진심이었다.

2023년 말, 쪽방촌 철거 계획이 발표되었고, 이 씨는 순환형 임대주택으로 이주했다. 처음에는 낯설고 두려웠다. “너무 깨끗해서 더 불편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씨는 점차 삶에 변화를 느꼈다. 쌀이 나오는 복지관, 혼자서 샤워할 수 있는 욕실, 새벽마다 들리는 고요한 정적. “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다”고 그는 말했다.

② – “노숙 청년의 정착기, 30대 김○○ 씨”

김○○ 씨는 한때 대학교를 중퇴하고, 인터넷 고시원과 찜질방을 전전하다가 결국 영등포 쪽방촌에 자리 잡았다. 2평 남짓한 방에 하루 15,000원. 일용직으로 일해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야 했다.

2024년 초, 김 씨는 자활센터의 도움으로 쪽방촌 철거 이전에 매입임대주택으로 이주했다. “아무것도 없던 내가, 이제는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주방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주 후 그는 근로복지공단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현재는 작은 물류창고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며 자립을 준비 중이다. 김 씨는 “사람이 집이 있어야 삶을 계획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쪽방촌 철거 전후 변화 요약표

항목 철거 전 (쪽방촌) 철거 후 (공공임대 이주)
평균 면적 약 2~4㎡ 16㎡~33㎡ 이상 (개별 주방·욕실 포함)
월 비용 일일 요금제 or 30만원 이상 보증금 없음 + 월 임대료 5~10만원
안전성 화재 위험, 대피로 없음 스프링클러, 화재감지기, 보안시스템
복지 연결 없음 복지관·보건소·정신건강 복지센터 연계
사생활 및 인권 보장 없음 개별 공간, 문 잠금 가능
 

복지의 진짜 시작은 ‘이주 이후’부터

공공임대 입주는 출발선에 불과하다. 익숙했던 쪽방을 떠나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정서적 지원과 사회적 연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로 일부 이주민은 외로움, 낯설음, 복지 절차의 복잡함 등으로 초기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복지 전문가들이 꾸준히 방문해 안부를 묻고, 자활 프로그램, 건강검진, 정신 건강 상담 등과 연계하는 시스템이 지속돼야 한다.

특히 고령자나 장애가 있는 이들의 경우, 복지사나 지역 주민과의 연결이 끊기지 않아야 한다. 쪽방촌은 단지 철거된 것이 아니라, 그 안의 커뮤니티도 해체되었기 때문이다. 그 빈자리를 ‘공공의 돌봄’이 메우지 않는다면, 이주 정책은 실패한 복지로 남을 수도 있다.

 

“삶의 공간이 바뀌면, 마음의 구조도 바뀐다” 

쪽방촌은 철거되었지만, 그 속에 살던 사람들의 삶은 아직 진행 중이다. 공공임대주택은 그들에게 주어진 ‘두 번째 기회’다. 벽이 새롭고 바닥이 깨끗하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이제는 내 몸을 뉘일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누군가 나를 걱정해 주는 구조가 있다는 사실은 크나큰 변화다.

2025년 현재, 쪽방촌 정비 사업은 단순한 도시 미화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가 가장 약한 이들을 향해 내미는 손이며, 함께 살아가자는 최소한의 선언이다. 입주한 주민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스스로 식사를 준비하고, 어떤 이들은 글을 배우고, 어떤 이들은 직장을 찾아간다.

이 모든 변화는 단 하나의 출발점에서 시작된다. ‘집’이라는 공간. 쪽방촌을 떠나 공공임대에 입주한 사람들에게 그 집은 단순한 쉼터가 아니라, 다시 살아가도 괜찮다는 믿음을 주는 장소가 된다. 우리는 그런 변화의 과정을 함께 지켜보고 응원할 필요가 있다.

쪽방이 아닌 ‘삶의 집’이 필요했던 이들에게, 이제 공공임대가 새로운 출발의 이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