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을 시작하던 날, 기대보다 컸던 두려움
요양보호사 자격증 교육을 마친 뒤 실습을 나가던 첫날, 내 마음속에는 기대보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더 컸다. 아무리 자격증 이론을 열심히 공부했다 해도, 실제 현장은 전혀 다른 세계 같았다. 어르신을 직접 마주하고, 그분의 몸을 씻겨드리고, 식사를 도와드리는 일이 과연 나에게 맞을까? 이런 고민을 안고 시작한 실습이었지만, 며칠이 지나면서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요양보호사 실습은 단순히 업무를 배우는 과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마음을 나누는 연습이었다. 그 안에는 예상치 못한 감동이 있었고, 지금도 잊히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이 글은 내가 실습 중 직접 겪은 감동적인 순간들을 기록한 경험담이다. 누군가에게 이 글이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며,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의 진짜 가치를 전해보고자 한다.
어르신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혹시 내가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정해진 업무 외에도 상황마다 돌발 변수가 많다는 걸 실감했고, 단순한 ‘도움’이 아니라 매우 복잡한 전문 돌봄 시스템 속에서 요양보호사들이 일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특히 어르신 개개인의 상태에 맞춰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나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어떤 분은 기억이 흐릿했고, 어떤 분은 불편한 몸 때문에 하루 종일 말없이 앉아 계셨다. 그런 어르신들 앞에서 나는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지 몰랐다. 교육 시간 동안 배운 내용이 현실에서는 생각보다 빠르게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정말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실습 첫날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낯선 현장에서 어르신과 처음 나눈 따뜻한 대화
실습 이틀째, 그날도 어색한 마음으로 어르신 옆에 앉아 말 없이 식사를 보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 어르신이 내 손등을 살짝 잡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딸이 너만 했을 땐 나한테 짜증도 많이 냈는데, 너는 참 다정하구나.”
그 말은 정말 뜻밖이었고, 눈물이 날 뻔했다. 말 한마디가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걸, 그날 처음 느꼈다. 사실 나는 그저 조용히 식사를 챙겨드리고 있었을 뿐인데, 어르신은 내 표정과 태도에서 어떤 정성을 읽으셨던 것 같다. 이 짧은 대화 하나가 그 이후 내 실습 태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단순히 업무를 익히는 게 아니라, 마음을 주고받는 시간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매일 출근하면서 어르신들과 대화를 시도했고, 자연스레 웃는 연습도 하게 되었다. 말이 없던 어르신이 내 이름을 부르며 “오늘도 왔네~” 하고 반겨주실 때는, 이 일이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실습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어르신들과 나눈 감정은 결코 짧지 않았다.
그날, 어르신의 손을 붙잡고 울었던 이유
실습 마지막 주, 평소에 대화가 거의 없던 치매 어르신 한 분이 계셨다. 늘 같은 자리에서 창밖만 바라보시고, 누가 다가가도 별다른 반응이 없던 분이었다. 나는 그 어르신의 옆자리를 일부러 자주 찾았고, 특별한 반응은 없어도 하루에 한 번씩 “좋은 아침이에요”, “오늘 날씨 참 좋아요”라는 말을 건네며 조용히 옆에 앉아 있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오후, 어르신이 갑자기 내 손을 잡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 이름이 뭐라고 했지? 네가 여기 오면… 마음이 좀 편안해져.”
그 한마디에 나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나의 작은 관심이, 말 없는 어르신의 마음에 닿아 있었다는 걸 느낀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이 일이 ‘보람’이라는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걸 깊이 실감했다. 단지 몸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돌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습이 끝나고 남은 것, 새로운 꿈의 시작
실습을 마치고 돌아가는 마지막 날, 어르신들 몇 분이 내 손을 꼭 잡고 “고마웠어”라고 말해주셨다. 짧은 실습 기간 동안 받은 그 말 한마디는 지금까지 어떤 상장이나 자격증보다 더 큰 의미였다. 처음 실습을 시작할 때 가졌던 불안감은 사라지고, ‘이 일을 진심으로 해보고 싶다’는 확신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나는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닌, 누군가의 삶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 걸어주는 동반자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실습은 끝났지만, 그 시간 동안 어르신들에게서 배운 감정과 태도는 내 안에 깊게 남았다. 이제 나는 더 이상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대신 ‘어떻게 하면 더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마음이 앞으로의 길을 더 단단히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요약하면
요양보호사 실습은 단지 현장을 경험하는 시간이 아니라, 내 안의 따뜻함을 발견하는 여정이었다. 어르신들과의 짧은 대화, 눈빛, 손길 속에서 나는 돌봄의 진짜 의미를 배웠고, 그 감동은 평생 잊히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을 통해, 누군가가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을 조금 더 가깝게 느끼고, 그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글은 충분히 의미 있다.
실습 마지막 날, 나는 어르신들께 작은 손 편지를 써서 드렸다. 말은 많지 않았지만, 매일 눈을 맞추며 인사하고, 식사를 함께하며 정이 들었던 분들이었다. 한 어르신이 내 편지를 조용히 읽고 눈시울을 붉히셨다. “선생님, 참 고마웠어요. 당신 같은 사람, 좋은 요양보호사 될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나도 울고 말았다. 요양보호사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시작한 실습이었지만, 나는 그보다 더 귀한 걸 배웠다. 사람을 대하는 법, 마음을 나누는 법, 그리고 함께 늙어간다는 것의 의미. 실습이 끝난 후에도 나는 여전히 그 어르신들의 얼굴을 기억한다. 요양보호사 실습은 자격증을 위한 절차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과정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그날의 감정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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